[긴급 제안…정치인 배출 다시 준비하자] '정치, 바닥부터 시작해라'
지난 2000년 4월. 한인 2세 크리스토퍼 박(당시 14세)씨는 플러싱 YWCA 기금모금 만찬에서 시의원 선거를 앞둔 한 아시안 후보를 만났다. 그는 중학생이었던 박씨에게 아시안 이민자들이 정계에 꼭 진출해야하는 필요성을 설명하면서, “네가 도와준다면 내게 정말 큰 힘이 되겠다”고 도움을 청했다. 중학생인 자신에게 정중히 도움을 요청한데 대해 박씨는 감동했고, 선거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일했다. 당시 박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이는 다름아닌 존 리우 뉴욕시 감사원장 당선자. 박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9년간 선거때마다 리우 당선자를 도왔다. 재정 컨설턴트인 박씨는 이번 선거에서도 존 리우 후보를 도와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.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는 한인 ‘정치 꿈나무’다. 한인사회가 긴 안목에서 박씨 같은 꿈나무들을 발탁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. ◇화려한 경력? ‘No’= 뉴욕시 본선거가 끝나고 이제 한인 정치인 배출은 될만한 꿈나무를 발굴하고, 지원하고, 한인사회 전체가 키워내야 하는 장기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. 아이비리그 졸업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가졌어도 짧은 준비로는 지역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. 뉴욕시는 물론, 미국 구석구석의 카운티, 타운 정치인들은 어릴때부터 선거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미래의 정치인을 꿈꾸고 있다. 퀸즈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“로컬 정치인에게는 명문대 졸업장보다는 얼마만큼 지역사회를 잘 알고, 궂은 일을 위해 봉사했으며, 지역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왔는지가 필요하다”고 강조했다. ◇밑바닥부터 시작해야=올해는 무려 5명의 한인 1.5·2세들이 뉴욕시의원에 출마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. 지역기반이 약한데다 커뮤니티와 밀착돼 있지 않았던 점이 실패의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. 지역 정치인을 배출해 내려면 한인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. 유권자들과의 밀착정도나 커뮤니티 활동 경력보다 학력이나 경제력 따위를 우선시하는 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발굴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. ◇‘정치 꿈나무’ 육성 필요=정치에 뜻이 있는 한인 ‘꿈나무’를 조직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.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찬 사무총장은 “정치인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정치참여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”고 강조했다. 유권자센터는 매년 서머 인턴십 프로그램 학생들이 워싱턴DC를 방문, 지역구 의원 사무실을 방문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. 코리안아메리칸시민활동연대(KALCA)는 유급 인턴제를 운영한다. 참가자들은 매주 10~15시간씩 봉사활동을 해야하고, 사회 공공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원탁회의에도 참석하는 방식으로 정치 수업을 쌓게 된다. 조진화 기자